당치 않은 꿈

당치 않은 꿈

가이아 7 3,406
나의 소원은, 매일아침
아내가 짓는 따뜻한 밥 냄새에 일어나
머리맡에 정갈히 놓여있는 맑은 속옷을 갈아입는 것

식탁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하루를 꺼내는 것
아내의 코디에 따라 빗금 무늬 넥타이에
카키색 와이셔츠에 감색 양복을 골라 입는 것

현관에 서서 물결 같은 아내의 눈동자에 잠시 빠졌다가
오른손으로 그 가녀린 허리를 감싸는 것
촉촉한 키스에 젖은 채 귓전에 감미로운 이국어(異國語)를 남기는 것

정확히 열 두 시 오 십 오 분에
맛있는 점심 드셨어요 하는 아내의 리듬이 밴 음성 메시지를 듣는 것

E 메일을 열면, 소녀가
꽃비를 맞으며 나는 니가 그리워 하면서 그네를 타고 있는
아내가 보낸 연두색 예쁜 카드가 날마다 도착해 있는 것
그리움에 잠시 창 밖 푸른 하늘로 내 눈길 보내는 것

해질녘 케니지의 트럼펫 연주가 잔잔히 내리는 레스토랑에서
붉은 와인 잔에 내 가슴을 빠뜨린 채
아내의 그 곱고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는 것

하늘엔 언제나 별 두 개 있는 밤, 손 깍지를 꼭 끼고
돌아와 아내의 예쁜 입술에 내 몸 무너지는 것

나의 소원은, 날마다
이런 가당찮은 꿈을 꾸다가
어느 날 펑퍼짐한 아내에게 쫓겨나는 것

-김승동-
 

Comments

땡깡sooni
ㅋㅋ 
아수라백작
ㅋㅋㅋㅋㅋ 
★쑤바™★
허걱...-ㅁ-;;;;
저건...분명...
대부???-,.-+++ 
★쑤바™★
마지막 말에....-_-;;;;
쑤바 가슴 무너져 내렸소..ㅠ.ㅠ 
아티
쑤바 가슴이 업따며???
ㅋㅋㅋ =3=3=3=3=3=3 
가이아
명랑님 저희두요 ㅎ ㅎ 배고프네요...밥묵으러 가야징..=3=3 
명랑!
우리회사는 12시부터 점심인데... ^^ㅋㅋㅋ...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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